아이를 훈육했을 뿐인데 어느 날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어 부모나 교사가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실제 학대를 훈육이라는 말로 덮으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훈육과 아동학대는 어디에서 갈릴까요.
먼저 짚어둘 것은, 2021년 민법 개정으로 부모의 '징계권' 조항(민법 제915조)이 삭제되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이 조항이 체벌의 근거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런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내 아이를 내가 훈육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신체적 체벌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학대는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 나아가 보호자의 유기·방임까지 폭넓게 포함합니다. 신체적 학대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행위로, 상해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부정적 변화를 신체에 가져오는 정도를 말합니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도6781). 반드시 실제로 상처가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건강이나 발달을 해칠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정상적인 발달을 해치는 정신적 폭력·가혹행위를 말하는데, 대법원은 이를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아동을 유기·방임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로 좁게 해석하여 그 성립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7도5769). 단순히 아이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일시적으로 서운함을 느끼게 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명백한 위험이 있어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학대와 훈육을 가를까요. 법원은 어느 하나의 사정이 아니라 전체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아동에게 가해진 유형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 행동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는 무엇인지, 아동의 연령과 건강·정신적 발달 상태는 어떠한지, 행위 당시 어른이 보인 태도와 아동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한 번의 일회적 사건인지 아니면 반복되어 온 것인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아동학대로 기울기 쉬운 사정 | 훈육으로 볼 여지가 있는 사정 |
|---|---|
| 화를 참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행동 | 아동의 안전 확보·즉각적 위험 방지를 위한 행동 |
| 도구를 쓰거나 반복적으로 때림, 멍 등 흔적 | 짧고 일회적이며 강도가 낮음 |
| 공개적인 모욕·인격비하·위협 | 신체적 고통·공포를 주는 수단을 쓰지 않음 |
| 장시간 세워두거나 격리·가둠 | 대화·설득 중심으로 잘못을 설명·지도 |
| 그만하라거나 도망가려는데도 계속함 | 행위 전후 아동에게 특별한 공포·위축이 없음 |
물론 이는 대체적인 경향일 뿐, 어느 한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말과 행동이라도 그 방법과 정도, 맥락에 따라 훈육이 될 수도, 학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법원은 교육이나 훈육의 목적에서 나온 행동이라 해도, 그 정도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해칠 수준에 이르면 학대가 된다고 봅니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0도12920). 훈육이라는 목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폭력의 수단이나 정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거꾸로, 다소 과하거나 서툰 훈육이라고 해서 그것만으로 곧바로 학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행동과, 아동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주려는 학대는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그 경계가 좀 더 분명해집니다. 대법원은 보육교사가 네 살 아동을 바닥에서 약 78㎝ 높이의 교구장 위에 40분가량 올려 앉혀 둔 사건에서, 이는 아동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는 방식이라며 정서적 학대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7도5769). 반면 교사가 지도 과정에서 학생에게 부적절한 말을 한 사건에서는, 그 말이 불쾌감을 주었을지언정 일회적이었고 반복적인 폭언이나 신체적 유형력이 없어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해칠 정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5. 7. 3. 선고 2024도9609). 같은 '훈육·지도'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그 방법과 정도가 실제로 아동에게 공포나 정신적 해를 끼칠 수준이었는지가 갈림길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동학대가 신고만으로 수사가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부모나 교사가 큰 부담을 지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학대의 고의가 없었고 그 정도에 이르지도 않았음에도, 단편적인 장면이나 일방의 진술만으로 학대로 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때에는 행동의 동기와 경위, 일회성 여부, 아동의 상태와 반응 같은 사정을 객관적 자료와 함께 정리해, 그 행위가 아동복지법이 말하는 학대에 이르지 않았음을 초기부터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의 진술과 자료 정리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교사의 경우에는 아동복지법뿐 아니라 교육 관련 법령과 학교 규정도 함께 고려됩니다. 학교가 금지한 도구나 체벌을 사용했다면 지도 목적이었더라도 허용되지 않을 수 있는 반면, 현행법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를 두고 있으므로, 그 행위가 정당한 지도의 범위 안에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결국 기준은 그것을 '훈육이라고 불렀는지'가 아니라, 그 행위가 아동의 건강과 복지, 정상적인 발달을 해치거나 그러한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였는지입니다. 상해가 남지 않았더라도 신체적·정서적 위험성이 인정되면 학대가 성립할 수 있고, 반대로 부적절하거나 다소 과한 지도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형사처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사안을 차분히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