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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2026.09.04

빌린 돈을 못 갚으면 사기죄가 될까 — 채무불이행과 사기의 경계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사람은 억울한 마음에 "이건 사기"라며 고소를 하고, 빌린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형사 피의자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이런 사건을 맡다 보면 양쪽 모두 한 가지를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약속한 돈을 갚지 못한 것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일 뿐, 형사상 사기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갚지 못한 결과가 아니라 '속였다는 사실'을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그 구조를 뜯어보면, 상대를 속이는 기망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상대가 착오에 빠졌으며, 그 착오에 따라 돈을 건네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고, 그 결과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넘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각 단계가 원인과 결과로 이어져 있어야 비로소 사기가 됩니다. 단순히 돈이 오가고 갚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요건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것은 속임의 시점입니다. 사기가 성립하려면 돈을 빌리는 바로 그 순간에 이미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마치 갚을 것처럼 상대를 속였어야 합니다. 빌릴 당시에는 분명히 갚을 생각과 형편이 있었으나 이후 사업이 기울거나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변제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면,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어도 형사 범죄인 사기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역시 차용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이후 갚지 못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정이 사기 쪽으로, 또 어떤 사정이 단순 채무불이행 쪽으로 기우는지 대비해 보면 이렇습니다.

사기로 인정되기 쉬운 사정 채무불이행에 그치기 쉬운 사정
빌릴 당시 이미 변제가 불가능한 상태 빌릴 당시 일정한 재산·수입 보유
없는 사업·담보·매출·투자처를 거짓으로 내세움 실제로 사업·거래를 진행 중
갚을 의사·능력 없이 확실히 갚겠다고 단언 빌린 돈을 약정한 용도에 사용
용도를 정해 빌린 돈을 처음부터 다른 데 쓸 생각 부도·실패 등 예상 못한 사정이 나중에 발생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빌리며 재산·기존 채무를 속임 변제기 연장·분할변제를 협의

다만 이는 대체적인 경향일 뿐, 어느 한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편취의 고의는 당사자가 자백하지 않는 한 재력과 거래 내용, 돈의 사용처, 이행 과정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며(대법원 2008도8600), 빌릴 당시 재산이 있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사기가 언제나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 형사재판에서 유죄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고 그 증명이 부족하다면 의심이 남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실제로 돈을 갚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빌릴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점까지 분명히 증명되지 않으면 사기는 무죄가 됩니다.

그래서 사기로 고소를 당했다면, 못 갚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보다 빌릴 당시에는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당시의 소득과 자산, 빌린 돈의 사용처, 변제를 위해 기울인 노력, 상대방과 주고받은 대화가 그 근거가 됩니다. 다만 같은 사정도 어떤 순서로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달라지고 초기 진술은 이후 절차 내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경찰 조사에 앞서 변호인과 방향을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거꾸로 돈을 떼여 고소를 고민하는 입장이라면, "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사기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가 빌릴 당시 이미 갚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거나 용도를 속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어야 형사 사건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형사 고소보다 대여금 청구와 같은 민사적 방법으로 회수를 도모하는 편이 실효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로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사기의 성패는 빌릴 당시 속였는지에 달려 있고, 바로 그 지점에서 결과가 갈리기 때문에 차용금 사건은 초기 대응과 사실관계 정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혼자 결정하기 전에 먼저 상담받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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