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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2026.10.20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 — 수거책·인출책·통장 대여의 처벌과 합의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 주겠다", "앉아서 돈 버는 간단한 알바가 있다"는 말에, 통장을 빌려주거나 계좌로 들어온 돈을 찾아 전달하고, 또는 그 돈으로 코인을 사서 보내 준 일. 본인은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그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쓰였다며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습니다. 스스로는 속은 피해자라고 여기지만, 수사기관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 '인출책', '계좌 제공자'로 보고 공범으로 조사합니다. 최근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담 유형 중 하나입니다.

먼저, 어떤 죄가 되는지부터 갈립니다

이런 사건은 크게 두 갈래의 죄명으로 나뉘고, 그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첫째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입니다. 대가를 받기로 하고 통장이나 체크카드 같은 접근매체를 빌려주거나 넘긴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으로(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실제로는 벌금형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안에 따라 초범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사기방조입니다. 단순히 계좌를 빌려준 데서 그치지 않고, 피해금을 인출·전달하는 등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도운 것으로 평가되면 형법상 사기방조(또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 위반 방조)가 되고, 이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는 비교할 수 없이 무겁습니다. 결국 이런 사건의 방어는 "사기방조까지 가느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선에서 멈추느냐"를 다투는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몰랐다"는 해명만으로는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가장 흔한 주장은 "보이스피싱인 줄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범행을 돕는다는 인식(방조의 고의)과 정범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정범의 고의)이 있어야 하지만, 이 인식은 확정적일 필요가 없고 미필적인 인식이나 예견으로 충분하며, 보이스피싱 범행의 구체적인 전모까지 알 필요도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게다가 고의는 속마음이어서 본인이 부인하면 겉으로 드러난 사정들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대법원은 현금 인출·전달책의 고의를 판단할 때 여러 간접사실을 종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일을 맡긴 사람을 직접 만났는지, 근로계약서나 위탁계약서가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일을 맡게 된 경위가 통상적인지, 현금을 인출·전달하는 절차와 방법, 받기로 한 보수의 수준과 지급 방식, 본인의 나이와 경력 등이 그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용과 무관하게 대출을 해 주겠다는 이례적인 제안, 대출 서류도 없이 계좌로 받은 돈을 코인으로 바꿔 보내라는 비정상적인 지시, 입금자가 회사가 아니라 모르는 개인 이름인 점, 과거에 같은 일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조사를 받은 전력 등이 있으면, 법원은 "피해금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의심스러운 사정을 외면한 채 범행에 나아갔다"고 보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고의가 부정되어 다퉈볼 여지는 있습니다

반대로, 이런 사정을 종합했을 때 범행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 사기방조의 고의가 부정되어 무죄가 선고되기도 합니다. 범죄에 가담할 뚜렷한 동기를 찾기 어려운 경우, 일을 맡게 된 경위가 통상적인 구직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 보수나 업무 방식이 특별히 의심을 살 만하지 않았던 경우 등이 그렇습니다. 과거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수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같은 '인출·전달'이라도, 그 경위와 정황이 조직 가담자의 것으로 보이는지 아니면 속은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어떻게 보여 주느냐가 갈림길이 됩니다.

초범이고 받은 돈이 적어도 실형이 적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초범이고 내가 실제로 받은 돈은 몇만 원, 몇십만 원뿐인데 설마 교도소까지 가겠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판결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루어져 피해 회복이 어렵고 사회적 해악이 크다는 이유로, 법원은 비록 피해금을 전달하는 방조 역할에 그쳤더라도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보아 초범에게도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본인이 받은 대가가 소액이라는 사정은 유리한 정상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실형을 면하게 해 주는 요소는 아닙니다.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 — '내가 받은 돈'이 아니라 '피해액'으로 합의해야 합니다

형사사건에서 피해 회복과 합의는 실형이냐 집행유예냐를 가르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에는 특유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수거책이나 인출책은 자신이 인출·전달한 피해금 전체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질 수 있고, 피해자의 배상 요구나 합의도 본인이 받은 보수가 아니라 피해자가 입은 피해액 전체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정작 본인이 손에 쥔 돈은 그중 극히 일부인데도, 합의를 하려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피해액을 기준으로 이야기가 오가는 것입니다. 형사재판에 피해자의 배상명령신청이 함께 붙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무작정 합의부터 시도하기보다 본인이 책임져야 할 범위 자체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초에 사기방조의 고의가 있었는지, 관여한 범위와 기간이 어디까지인지를 다투어 책임의 크기를 줄이고, 그 위에서 감당 가능한 범위의 피해 회복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가장 먼저 해당 계좌의 지급정지를 신청해 더 이상의 피해가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는 사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후 조사에서는 어떤 경위로 일을 맡게 되었는지, 상대방과 어떻게 연락했고 무슨 설명을 들었는지, 자신이 맡은 역할과 인식의 범위, 관여 기간, 받은 보수가 얼마였는지를 객관적 자료와 함께 정리해, 사기방조의 고의가 없었거나 그 책임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초기부터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수사 초기의 진술은 이후 절차 내내 기록으로 남아 죄명과 형량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고수익 알바나 대출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가담 사건은, 본인은 억울하다고 느끼지만 법적으로는 결코 가볍지 않게 다뤄집니다.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섣불리 진술하기보다 사안을 먼저 정리해 대응 방향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혼자 결정하기 전에 먼저 상담받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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